장르
작품 소개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강애리,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엄마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시작한 비누 다단계.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고자 나간 사업 소개 미팅에서 10년 묵은 첫사랑 황태산과 조우했다. 구차하기 짝이 없는 최악의 상황, 운명의 장난이라고 밖엔 볼 수 없는 갑과 을의 관계로. “제품 시연이 있겠습니다. 손 주세요.” 얘가 원래 이렇게 손이 컸던가? 손가락 사이사이로 손끝을 넣어 지분거리다가 긴 손가락을 하나씩 훑어내는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가슴이 뛴다. 지금까지 이런 느낌이 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너 설마, 만나는 사람마다 다 이렇게 해 줘?” “어.” “씨발….” 갑자기 뭐가 불만인지 황태산의 눈초리에 번뜩 날이 섰다. “나랑 자자. 강애리.” ‘뭐어어?’ “내가 너 다이아몬드 만들어 줄 테니까, 나랑 자자고.” *** “씨발. 손 만져 준다고 섰다, 애리야.” 머쓱함과 설렘. 당황과 흥분, 그 어디쯤에서 애리는 그저 더운 숨을 내쉬며 뺨을 물들일 수밖에 없었다. 눈앞이 어지럽고 욕실 벽이 제게로 달려드는 것만 같아 두 눈을 감는데, 갑자기 입술 위로 축축하고 말랑한 무엇인가가 닿았다. 들이 쉬는 숨에 맥주 냄새가 나서 애리는 두 눈을 크게 홉떴다. “읍, 으응…….” 추릅, 츕. 추접한 소리가 객실 내부를 메우는 것도 아랑곳없이 황태산은 키스에 환장한 사람처럼 입술을 붙여댔다. “흐으응…….” 이 원초적이고 본능에 충실한 키스보다 더 황당한 건 착실하게 젖어 드는 제 다리 사이였다.
출처: 리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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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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