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작품 소개
교사로서 출근 첫날 학생을 대신하여 차에 치이고, 하이틴 로맨스 만화 속의 엑스트라에 빙의한 것까지는 별 커다란 문제가 없었다. 그저 아직 어린 몸 주인에게 다시 몸을 돌려주고, 본인은 죽었으니 욕심내지 말고 성불하는 게 목표였다. 그랬을 텐데…. 오메가버스라는 말도 안 되는 설정과 오메가 페로몬을 뿌리고 다니는 베타인 신차흔의 몸 때문에 남자, 그것도 미성년자들이 꼬이는 것이 문제였다. 알파고 오메가고, 그게 뭐길래 남자가 남자한테 사귀자고 하는 건데. 거기에 성년도 아니고 미성년자들의 고백 공격은 사형 선고와 다를 게 없던 차흔은 어떻게든 빠져나가야만 했다 “혀엉, 나랑 사귀자 응? 내가 진짜 잘해 줄게.” “나는 네가 나한테 전 재산을 줘도 곤란한데?” “…그럼 전 재산에 나를 얹으면?” 돌려서 거절했더니 전 재산에 자기까지 얹어 주겠다는 현역 고등학생의 패기에 눌리고. “형, 근데 진짜 애인 만들 생각 없어요? 나 진짜 잘할 자신 있는데.” “…뭘, 뭐를 잘해.” “그야 뭐 해 달라는 거 다요. 애교도 떨고, 재롱도 부리고. 존나 기깔나게 재밌게 해 줄 수 있는데. 연하 별로예요?” 불꽃 플러팅을 하는 미성년자에게 처참하게 발린 차흔은 없던 위장병도 생길 것 같은데…. *** “…형이 여기 호오 해 주면 덜 아플 것 같아.” 헛소리를 하는 걸 보아하니 정말 멀쩡하구나 싶었지만, 저 얼굴로 애교 비스무리한 것을 부리니 또 살짝 통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이가 깡패지….’ 하여간에. 차흔은 한숨을 내쉬고 얼굴을 살짝 들이밀어 가볍게 입김을 불어 주었고, 백유경은 그사이에 고개를 틀더니, 그의 얼굴이 틈을 놓치지 않고 다가와 있었다. 숨결이 닿을락 말락 할 거리에서 있던 유경은 그대로 차흔의 볼을 잡고는 반대편 볼에 입술을 맞췄다. …비록 남자한테 또다시 볼을 뺏겼지만 괜찮다. 정확하게는 남자가 아니라 남자‘애’ 아닌가? 거기다가 그건 그냥 살짝 부딪친 뽀뽀였고, 미성년자의 애정 표현에 불과한 것 아닌가. 백유경의 눈동자와 마주치자마자 현실을 파악한 차흔은 그를 밀어내고 급하게 보건실 문을 열고 도망갔다. ‘아하, 백유경이 머리가 세게 부딪쳐서 잠깐 정신이 아픈 거구나.’ …가만 생각해 보면 정신이 아픈 건 백유경이 아니라 이쪽이긴 했다. 여차했으면 미성년자와 건너면 안 되는 강을 건널 뻔하지 않았는가. ‘아니야, 괜찮아. 이건 뽀뽀잖아, 키스가 아니라.’ …키스? ‘이거 진짜 좆 될 뻔했잖아?’ 솔직히 말해서 인생이 산산조각 날 뻔한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니 아찔했다. 방금 살짝만 틀었어도 입술을 뺏길 뻔했다. 남자인 것보다 더 문제는 저게 미성년자라는 것이다. 끔찍하지만 차라리 다 큰 사내놈이랑 하거나, …아니다 역시 다 큰 사내놈이랑 키스를 하느니 그냥 죽는 게 낫다. 우선 그렇게 결론을 내기는 했으나 어찌 되었든 설령 미성년자가 달려들어도 성년은 기를 쓰고 도망가는 게 맞다. 이 정도면 백유경은 고도의 암살 수작을 부리는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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